교환학생일기 :: D+112 ~ D+113 오사카 홈스테이 & 교토 여행

2017. 2. 17. 05:08Let's go/Shinshu


2017. 1. 3 ~ 2017. 1. 4


  겨울방학 막바지에 오사카와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무려 튜터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튜터의 집에서 홈스테이, 기모노 체험까지! 짧지만 역대급으로 화려했던 여행이었습니다.


  3일 오전 7시 50분, 마츠모토에서 오사카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덕분에 6시에 일어나야 하긴 했지만, 지난번 실패했던 도쿄여행을 생각하며 최대한 많이 즐기고자 일부러 이른 시간부터 움직였습니다. 어차피 차만 올랐다 하면 자는 체질이기도 하고, 잠이야 버스에서 보충하면 되니까요.

  버스를 내리자마자 드는 생각은 따뜻하다! 였습니다. 춥디 추운(그래도 서울보단 덜 추운) 나가노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엄청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이곳만 계절이 다른가? 싶을 정도.



  우메다 역에서 내려 바로 튜터의 부모님과 만나 쭈뼛쭈뼛 인사를 하고, 바로 근처 백화점에 가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었습니다. 진짜 맛있었어요!!! 가게 이름도 중간에 있는 요리도 이름을 까먹었는데 다 맛있었어... 오코노미야키를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처음 먹어본 게 맛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역시 음식은 현지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나 봅니다.



  점심을 해결한 뒤에는 차를 타고 오사카성으로 이동했습니다. 마침 날도 좋았어요. 벌써부터 도쿄 여행과 여러모로 비교 됩니다.



오사카성 외관


  겉부터 왠지 제 취향입니다(...) 깔끔하니 예쁩니다.

  다만 내부는 어쩐지 휘리릭~ 하고 빠르게 지나간 감이 있네요. 마츠모토성보다 계단이 높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비교하자면 오사카성은 좁고 긴 편인 반면, 마츠모토성은 낮고 넓은 느낌일까요. 두 성의 용도가 달랐으니 그렇겠지만.



진짜 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뭐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이것들을 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니 많이 보시라!



꼭대기 층에서 바라본 풍경.


  오사카성에서의 성공적이었던 첫 관광을 마치고, 도톤보리로 다시 차를 타고 갔습니다.



도톤보리의 명물들. 글리코상과 카니도라쿠


  이 포스트를 쓰기 며칠 전 모 유투브 크리에이터의 채널에서 '용과 같이 0' 실황을 봤는데요, 거기서 등장하는 배경과 매우 흡사한 이 장면을 다시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습니다.

  도톤보리에서는 디즈니 스토어 등에서 잠깐 쇼핑을 하고, 거리를 잠깐 구경다니다(...) 바로 빠져나왔습니다.


  자꾸 어딘가를 갈 때마다 디즈니 스토어를 꼭 들리게 되는데, 저는 디즈니의 팬은 아닙니다만 어쩐지 굿즈는 조금씩 사게 되더라고요. 특별히 관심있는 가게가 없으니 디즈니 스토어라도 가자라는 심정에서 가는 것 뿐인데도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게 하는 무서운 곳이니 조심 또 조심.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었던 일루미네이션




  우메다역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와카야마. 튜터의 본가에 왔습니다.

  오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씻은 뒤 저녁을 먹었습니다. 프라이버시상 집 안까지는 찍지 않았지만, 아무리 시골이라고 해도 집이 넓어서 정말 부러웠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메인부터 디저트까지


  저녁 메뉴는 과일과 채소를 먹지 않는 저를 최대한 배려해주신 거라는게 정말 잘 드러나는 요리들이었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풀을 못 먹는다니 조금 부끄러웠고(그래도 싫은건 싫은거에요! 채소 싫어!), 그걸 또 일일이 신경써주시느라 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올려져있던 딸기를 어머님이 일일이 덜어내주신 타르트 조각이에요.

  요리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정말로요. 일본 음식은 다 맛있다는 편견만 더 견고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마셨던, 난생 처음 마셔보는 홍차마저도 달달하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신경써주신 거에 비하면 정말 변변찮지만 한국의 김치와 김을 선물로 드렸는데, 식사때 같이 드시며 굉장히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맛있게 먹고 튜터의 방에서 따뜻하게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나면 추워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던 회관에서 벗어나, 너무나도 기분 좋게 일어났습니다. 춥지만 살만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역시 그 곳은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어요. 이불을 걷었는데 살이 떨릴 정도로 춥지 않다니, 이 얼마만에 맛보는 개운한 아침인지! 당장 그 다음날부터, 남은 기간 동안 회관에서 맞을 아침을 생각하니 처음으로 한국의 집이 그리웠습니다. 집이 진짜 추워요. 진.짜.로.

  아침 식사로는 서양식으로 각종 빵과 요거트, 밀크티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역시 맛있었습니다. 식기들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하아...


  와카야마역까지는 할머님이 운전해주셨는데, 정통 방언을 구사하셔서 제가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어머님 뿐만 아니라 아버님, 할머님도 다 친절하셔서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던ㅠㅠㅠㅠㅠ 짧지만 감동적이었던 홈스테이였습니다.



  와카야마역에서 전차를 타고 교토까지 이동했습니다. 자리가 없다가 도착까지 두 세 정거장을 남겨놓고 겨우 앉았네요.

  역에 내리자마자 미리 예약했던 기모노 대여샵에 가서 기모노로 갈아입었습니다. 예약은 튜터가 다 해줘서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1차 도쿄여행때 샀던 칸자시 브랜드샵(wargo)이었습니다.



기모노 풀장착


  대여료는 기모노+신발+가방으로 1일 5500엔 정도. 헤어 세팅은 900엔 추가 옵션.

  입을 때 어찌나 설레서 두근거리던지. 튜터와 함께 기모노를 차려입고, 근처 백화점 지하에서 점심 도시락을 산 뒤 본격적으로 교토에서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건데, 줄이 많이 길더라구요. 그래도 배차 간격이 좁아서 금방 탔습니다.



기요미즈데라 올라가는 길



여기도 인력거가?



도착!


  여기부터는 사진보다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슬슬 산책다니듯 걸었습니다.



다시 봐도 정말 예쁘다, 기모노





사랑을 관장하는 신이 모셔져 있는 곳



교토 도시락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벤치에 앉아서 먹었던 점심. 시간이며 날씨때문에 싸늘하게 식어있었지만 맛있었습니다. 분명 사람이 없는 길목의 벤치를 골라서 앉았는데,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니 저와 튜터가 앉아있는 길목으로 갑자기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조금 뻘쭘했습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내려오면 이어지는 상점가의 어떤 골목에 있던 찻집. 쇼와풍의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가 기모노를 반납하자마자 우습게도 요즘 옷이 좋긴 좋단 생각이 들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뜻하고, 가볍고, 편하고. 기모노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서 솔직히 추웠거든요.

  교토를 떠나기 전, 먹을 것 위주로 폭풍같은 기념품 쇼핑을 마치고 다시 우메다역으로 돌아갔습니다. 갈 때는 다행히 전차에 자리가 넉넉히 있었어요.



이치란 라멘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라멘으로 했습니다. 마츠모토에서 먹던 라멘과는 또 다른 맛. 얼큰하니 맛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


  교토에서 바로 돌아갈 수도 있긴 있지만, 사실 우메다(오사카)역으로 돌아온 이유는 제가 찾던 디즈니 굿즈가 있어서였습니다.... 혹시 다른 디즈니 스토어에 있을까 한 번 더 돌아보려고요. 전혀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왕 놀러왔으니까! 하면서 그것까지 신경써주다니 배려에 감동받아 울어버릴 뻔. 찾는 물건은 없었지만 다른 걸 열심히 지르고 왔습니다.



이번 여행 소득


  돌아가는 버스는 9시에 출발해 새벽 내내 달려서 오전 6시에 도착하는 야간 버스. 하지만 전 새벽 2시까지 핸드폰을 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를 가지 못했어요. 1시간만 자고 일어날 요량으로 누웠는데 눈을 뜨니 12시 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짧게 잤던 게 2시간 반 정도였어서 그걸 깰 수 있을까, 했지만 역시나였네요.




  정말 한순간도 빠짐없이 즐거웠던 1박 3일의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