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일기 :: D-Day 松本に行こう!

2016. 9. 16. 17:28Let's go/Shinshu


2016. 9. 14



  드디어 출발입니다. 새벽 4시에 잠들고 12시에 일어나는 노답 인생을 즐기고 있었지만 이 날 만큼은 새벽 6시에 일어났습니다. 추석 연휴라 공항에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도착한 게 아침 7시 40분 정도였는데, 그때가 제일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셀프 체크인으로 발권도 금방 하고,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수하물 처리를 하고도 8시 반.

  이어서 휴대전화 정지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공항 로밍센터에서는 단기(3개월) 정지만 가능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요. 지난 주에 장기 정지를 위해 동네 대리점을 찾아갔을 땐 E티켓이 없어서 증빙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돌아오긴 했지만, 직원 분이 말하기를 공항에서 신청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길래(그것도 장기 정지를 원하고 있는 제 상황과 장기 정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대화의 맥락 속에서 그렇게 얘기했기에) 직원분 말만 믿고 갔더니... >>> 아니었다 <<< 뭐, 나중에 114에 통화해서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장기 정지로 변경할 수도 있다고 해서 일단은 단기 정지를 시켜두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훨씬 복잡해진 것은 유감이네요. 휴대전화 장기 정지를 신청하실 분들은 출국 전에 여유롭게 미리 신청하실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그 다음엔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공항 물가가 비싼 줄은 알고 있었지만 김치찌개가 9천원...... 거창하게 말해서 올해 한국에서 먹는 마지막 밥이었던 아침 식사는 가격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맛있었던 것 같네요. 후식으로는 T 로밍센터에서 받은 투썸플레이스 사이즈업 쿠폰을 써서 쪼금 더 큰 카라멜 마끼야또를 사고 3층 로비(?)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평소에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너무 졸린 나머지 머리가 아파서 되려 잠이 안 오는 아스트랄한 상태가 되어버려서 한 잔 마셨습니다... 좀 낫긴 했지만 그 다음엔 배가 아팠답니다. 몸이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면서 대환장쇼를 벌이다니...

  이렇게 여정 초반부터 다소 지친 상태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기하다가 오전 11시쯤 출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부모님과 남동생이 공항까지 배웅을 나와주어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제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별 일 없이 마치고 면세점을 조금 배회하다가 게이트 주변 소파에 자리를 잡고 대기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난생 처음 외국행 비행기를 탔죠. 분명 가족과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왜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미친 듯이 떨리는 건지. 온갖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무리 일본이 여행객에게 친절한 나라라곤 해도, 외국은 외국이니까요. 평생 남 앞에서 써본 적 없는 오타쿠식(...) 야매(......) 일본어 실력을 유감스럽게도 보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교환학생 프로그램 이후에는 번듯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게 목표구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안절부절하며 멘붕상태로 있으려니, 왠 종이를 받았습니다. 그냥 보이는 대로 쓰면 되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착륙 직전의 나리타 공항. 날씨가 약간 흐렸습니다.


  공항 여기저기에 한국어 안내문이 있어서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습니다. 입국 심사도 어찌어찌 통과했습니다.



  입국 심사를 하면서 재류 카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금 보니 국적은 가릴 필요가 없는데 왜 가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행기에서 초긴장상태로 있던 나머지 입국심사대를 떠나 캐리어를 찾아오자마자 힘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가장 가까운 소파에 앉아 미리 사두었던 도코모 유심칩으로 갈아끼우고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길치였던 제게는 정말 다행히도 그 소파 바로 앞에(즉, 입국심사후 일반적인 루트로 빠져나오면 바로 앞에) 교통수단 티켓 창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가장 왼쪽 창구에서 신주쿠버스터미널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정가는 편도 3100엔이었으나 25세 이하라 할인 요금인 2000엔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뜻밖의 이득!



  떡하니 "이것은 승차권이 아닙니다"라고 쓰여있는 것처럼, 승차권과 영수증을 각각 한 장씩 줍니다. 혹시 저처럼 왕복 티켓을 주는 건가 하고 착각하지 마시길. 어떤 티켓이든 꼼꼼히 읽으면 정보는 그 안에 다 나와있습니다. 사진은 버스 안에서 찍은 건데 버스 좌석이 굉장히 편안했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신주쿠역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 성공은 했지만...... 길이 한 두 갈래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엄청 많았어요. 지하철도 전차도 KTX도 있는 서울역 같은 느낌? 신주쿠역에서 탈 수 있는 노선이 무지 많더라구요. 나중에 튜터의 말을 들어보니 일본인들도 헷갈려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안내데스크에 길도 물어가며 말도 안되는 일본어와 영어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우 마츠모토역으로 가는 승차권을 샀습니다. 버스에서 내린게 5시 45분이었는데 7시까지 대기라니.  슬슬 배도 고파지니 뭔가로 떼우기라도 해야겠어서 캐리어를 이끌고 또다시 계단을 왕복하려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인지! 역 안을 둘러봤지만 딱히 식당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긴 찾았는데,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려 결국 플랫폼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저녁... 주변을 기웃거리며 눈치를 보다 샀습니다. 다행히 한자가 없어서 정확한 메뉴이름을 대고 사올 수 있었습니다...만 애초에 고른 이유는 단지 야채가 들어있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1천엔 깨서 잔돈 만들기 싫다고 마실 것도 안 사서 참 뻑뻑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즈사 열차를 타고 마츠모토까지 갔습니다. 전 좌석이 예약석이었는데 잘못 앉아서 망할 캐리어와 함께 자리를 옮기느라 승무원과 7~10호 승객분들에게 매우 민폐가 되었었습니다...... 어쨌든 한국에서 챙겨왔던 하리보 젤리를 영양제 먹듯 퍼먹고 노래를 들으며 3시간 동안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점점 창밖의 인적이 드물어지는 게 시간이 늦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닐테죠. 도쿄 한복판에서 점점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오후 10시. 드디어 도착입니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또 어찌어찌 길을 찾아 10시 30분쯤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 후에 지배인님이 추석 선물(!)이라며 기념품 같은게 잔뜩 들어있는 바구니를 보여주셨습니다. 전부 가져갈 뻔했으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만 고르라시길래(오히려 이게 당연한건데 피곤해서 정신이 나갔었나봅니다) 나무젓가락 세트를 골랐습니다.


  그 뒤로는 침대에 널부러져서, 뭔 소린진 모르지만 티비도 좀 보다가 겨우 씻고 잠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스미마셍만 했던 것 같지만 모든게 처음하는 것들 뿐이라 그저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