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7 ~ 221001 싱가포르 Day 1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부터 떠올려볼까. 이맘때의 나는... 모든 일이 잘 되어가는데도 혼란스러웠다. 그토록 강렬한 충동을 느꼈던 건 처음이었다. 히키에 가까운 집순이인 내가 내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고 떠나고 싶다는 충동... 시작이 반이라고 비행기 표부터 끊어두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2주 전에 급하게 연차신청서를 냈다.

 

싱가포르 달러 지폐. 우리나라 지폐에 비해 맨질맨질해서 신기했다.

나홀로 가는 대신 챙겨간 여행 메이트(좌)와 씹덕 예절 포카(우)

 

  오전 11시 스쿠트 항공 비행기로 출발. 사진은 푸르뎅뎅하지만 실제로 보는 풍경은 정말 쾌청했다.

 

 

  기내식으로 제공된 얌밥. 밥에서 나는 향이 내 입맛에 전혀 안 맞아서 한 입 먹고 버렸다... 굉장히 배고팠다...

 

 

  6시간 후 창이 공항 도착. 여기저기 식물이 많아 신선한 느낌이 들었고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거한 신고식을 치렀다.

1. 보조배터리는 기내용 가방에, 보조배터리 케이블은 수하물로 붙인 캐리어에 각각 들어있어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했다. 자리에 앉았을 때 이미 배터리 잔량은 50%가량이었는데 거기서 6시간 동안 노래만 잠깐 듣다 강제로 잠을 청했다...
2.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온 USIM칩을 바로 받았으나 갤럭시 기종은 꼭 별도의 핀으로 유심을 분리해야 했다. 이 핀을 챙겨가져가지 않아 30분 동안 생쑈를 하다 결국 수령처 데스크에서 다시 빌려서 어떻게든 해결.
3. 그다음으로 마찬가지로 미리 예약한 교통카드 바우처를 1 터미널에서 찾아가야 했는데, (분명 바우처 예약 전 도착 터미널을 세 번 네 번 확인하였으나) 운명의 장난인지도 공항 쪽 교통정리 이슈로 3 터미널에서 내려주어 한참을 찾아다녔다.

 

  덜렁이에 길치이기까지... 정말 여행길 쉽지 않다. 다행히 집 생각까진 안 났고... 이런 것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더위 속에서 길도 잃고 지쳐버린 상태로 간신히 우버를 잡아 타고 어찌어찌 도착한 숙소. 싱가포르 물가 비싸단 얘긴 들었지만 하필 그즈음에 뭔가 행사가 겹쳐서였는지? 숙소비용이 하나같이 비싸진 상태였다. 덕분에 괜찮은 곳은 다 마감이 되었고 남은 곳 중에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던. 여행 중 딱히 이용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부대시설보다는 접근성, 교통편이 더 중요했기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핸드폰이 없으면 죽어버리는 현대인은 도착하자마자 전기 코드부터 확인했다. 완전 잘 됨.

 

 

  저녁을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남은 힘을 쥐어짜 도착한 도보 5분 거리에 차임스라는 푸드 코트.

 

 

  여기 길 진짜 복잡하더라. 공항에서 실컷 헤맸는데 또 헤맸다. 헤매면서 둘러보다 적당히 혼밥하기 좋은 일식집에서 대충 라멘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맛은 나쁘지 않았으나 굳이 싱가포르까지 가서 경험할 필요가 없는 음식이라... 여행 중 최악의 식사였는 듯.

 

저녁 먹으러 오가는 길에 뭐라도 남겨야겠다 싶어서 냅다 찍은 밤거리

 

  첫날은 그렇게 얼레벌레 피곤에 찌들어 마무리했다...

 

  내 여행 계획을 참고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저질체력 + 길치로써 나 자신의 한계를 빠르게 인정하고 계획한 여행 동선이라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까지는 도보 3분, 가장 먼 목적지는 걸어서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고 편식이 심하고 밖에 나가면 소화가 더 힘들어지는 체질이라, 뭣하면 먹는 일정은 뺄 생각으로 음식점은 정말 무난한 곳만 고르고 골라 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