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레이드 경험담

2022. 5. 9. 02:15Game

  영웅 레이드를 처음으로 경험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영웅 레이드 경험담

나는 2017년 5월 창천 시절 부터 파판14를 해왔다. 전투 컨텐츠를 주로 즐기며 그 중에서도 24인 연합 레이드를 가장 좋아하고 극 토벌전은 종종 하고 싶을때 하는 정도다. 이 게임의 전투 컨텐츠(PV

hwif.tistory.com

  각성 영웅 레이드(이하 FF14 한국판 서비스의 유저 커뮤니티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인 '영식'으로 표기) 클리어 후에도 새 패치에 맞춰 공명, 재생 영식을 클리어했다. 시즌마다 꼬박꼬박 BiS에 맞춰 장비를 파밍 하는 나라니, 2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장비 파밍을 하지 않았을 때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하컨은 이제 내 플레이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파밍 과정 중 느낀 바를 토대로 만든 영상.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오래된 동기, 오랜 목표

  절 레이드를 미루고 미루던 이유는 영식을 도전하기 전의 염려와 같은 맥락이므로 재차 적지 않는다. 그러나 절 레이드에 대한 도전욕은 영식보다도 앞서 내 안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게이머로서 막연히 염원하는 '최종 컨텐츠 재패'보다는 약간은 더 구체적인 목표였다.

  엄청 개인적이라 쑥스러운 이야기인데, 지인 T님의 절바하 클리어가 동기였다. 칠흑 세기말인 지금이야 나를 비롯해 클자가 널렸지만, 홍련 당시에는 정말 흔치 않아서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조차 신기할 시절이었다. 옆에서 그분을 보고 있자니 나도 T님 같은 멋진 탱커가 되고 싶었다. 멋진 탱커가 되려면 절 클 정도는 해줘야겠구나, 같은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다. 나아가 더 정확히는 "T님의 짝탱이 되고 싶다"라고 내가 말했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T님 자랑을 좀 더 하자면 4.3 절바하 클리어를 시작으로 이다음 절 레이드는 모두 현역으로 클리어했다. 정말 멋진 사람)

  이렇듯 절 레이드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는 있었다. 다만, 절 레이드에 도전하기 전에 영식 클리어는 하겠노라(인게임 시스템 상의 조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기준을 세웠었는데, 이를 만족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거기에 트라이에 쏟을 시간적 여유, 심적 여유가 생기기까지 또 2년이 걸렸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시작부터 구구절절 사연과 고생이 담긴 절 레이드의 경험담을 기억해두고 싶어서였다.


 

사전 계획

  칠흑의 반역자 기준 절 레이드는 절 바하무트 토벌전, 절 알테마 웨폰 파괴작전, 절 알렉산더 토벌전으로 총 3개가 존재하니, 나는 효월의 종언 패치가 오기 전까지 위 3개의 레이드를 최소 1번씩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시작 시기는 1월 말. 대략적으로 레이드 1개당 트라이 기간을 1개월로 잡고, 2월부터 매월 1개씩 클리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는 계획을 세워야 할 맘이 들 것 같아, 공대와 반복 파밍은 당초 고려하지 않고 내가 자의로 하고 싶을 때 편하게 갈 수 있는 공팟만 고려한 일정이었다. 게임은 항상 즐거워야 하며, 압박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플레이 모토에 의한 규칙이기도 했다.

  트라이 기간 중에는 플레이를 녹화 후 다시 보면서 셀프로 피드백을 진행했다.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을 테니 편안하게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서, 스프레드 시트로 관리했다.

일기 파트. 이제 보니 초등학생용 일기장과 거의 동일한 구성
공략 파트. 헷갈리는 포인트를 별도로 모았다.

 

절 바하무트 토벌전(이하 절바하)

  사실 절바하는 옛날 옛적 전투 중 지면 표식을 수정할 수 있었던 시절, 재미로 갔던 지인팟에서 누운 채로 3 페이즈 초입까지 본 적이 있어 완전히 초행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나마 트라이가 수월할 것 같다고 판단, 첫 절 레이드로 택했다. 물론 실제 트라이에 들어갔을 땐 1 페이즈에서 회오리 빼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고, 선행 학습한 메리트 따윈 없는 생 초행과 마찬가지였다.

'절' 난이도의 실체

  앞서 언급했던 1 페이즈의 첫 기믹인 회오리부터 펑펑 터지는 꼴을 보니 '절 난이도'에 대한 감을 잡으면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로부터 1시간 동안 트윈타니아의 곤두박질을 맞고 있으니 불현듯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으며 나는 왜 제 발로 지옥에 걸어 들어왔지? 하는 생각도 몇 번 들었다. 레벨 조율 때문에 돌진기도 못 쓰고 성령의 권능에 캐스팅이 붙은 것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정말 답답했다.

그리고 약간의 주차 이슈도.

  2 페이즈에서는 넬 대사 읽는 것도 어지러운데 디버프까지 처리해야 하는 점이 난관이었다. 강철 전차에서 날아가지 않기 위해 정말 무던히 애썼다... 이것을 제대로 넘어가면 카탈리스트가 참 난관이었다. 서브 탱커는 추후 탱버 처리를 위해 열외 되어서 고생을 덜 하긴 했지만, 그만큼 신경 쓰지 않고 보는 연습을 하지 않아 여전히 절바하 알못이라는 느낌이 찝찝하게 남아있다. (1 페이즈의 마력구와 더불어 딜러로 다시 가보고 싶은 이유) 안정화가 한참 전에 끝난 파티일지라도 사고가 잘 나는 더러운 페이즈였다.

  3 페이즈가 가장 고비였다.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굵직한 기믹들의 공략법이 각각 달라 외울 내용이 뻥튀기되는 점이 기본적으로 괴로웠다. 거기에 템포가 느리고 러닝 타임이 길어서 쉽게 루즈해졌다. 트라이 몇 번 만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파티원들이 안 하던 실수를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1릴 내내 앞 진도만 반복하다 파티를 해체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흔했다.

  기믹마다 디테일하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점도 고통에 한몫했다. 한 예로 군룡 마무리 후 4 페이즈를 위해 자리를 잡으러 가는 길에 내가 회오리를 밟아서 트윈타니아로 돌아왔을 때는 순간 이성을 잃고 뭐라도 저지를 뻔했다. 오래 걸리기도 했고 의욕이 푹푹 꺾여서 중도 포기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멘탈에 해로웠던 페이즈였다.

  간신히 넘어간 4,5 페이즈는 앞 페이즈들에 비하면 그리 길지는 않아서 "이것만 넘어가면 클리어한다" 하고 들떠서 긴장을 풀지만 않으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금바하의 연속 아크 몬을 탱커끼리 처리할 때의 아슬한 긴장감은 다시 떠올려봐도 짜릿하다!

겜생 첫 공대

  절바하는 공팟으로 가게 되는 경우 절 레이드 중에서도 파티 모집이 매우 극악이다. 앞서 말했던 3 페이즈는 5개 기믹 별 진도로 다시 나누어 연습팟을 모집하게 되는데, 사실상 3 페이즈 파티가 5개로 쪼개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파티 참가자라면 자리를 예약하고 다른 걸 하다가 들어오면 되니 상황이 좀 낫지만, 파티장은 몇 시간이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 또 다르다. 4시간 걸려 모집한 파티가 30분 만에 쫑났던 경험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일단 출발이라도 하면 다행이고, 모집만 하다가 시간이 늦어져 파티가 해체되어 트라이조차 못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공략을 더 신경 써서 본다거나 다른 컨텐츠를 할 수도 있겠지만, (할 만한건 어차피 다 한 데다) 파티 모집에 대한 불확실성을 떠안은 채 언제까지고 컴퓨터 앞을 지켜야 하는 기약 없는 대기의 고통은 "파티 출발" 이외에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었다….

  8일째 천지에 갇혀 초조해진 나는 결국 공대를 결성했다. 정기 일정에 대한 압박감과 이런저런 부수적인 귀찮은 일들 때문에 그동안은 기피해왔지만, 시간 관리의 효율성 때문에 했던 나름의 선택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그간의 트라이 과정을 지켜보며 나를 가엾게 여긴(...) 또 다른 지인 Y님 덕분에 지인과 지인의 지인으로 빠르게 공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로 본 절바하 풍경

  여담으로, 이즈음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구매해서 기존 모니터와 함께 듀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그냥 쾅! 하고 반짝! 하는 페이즈 전환 장치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시야가 넓어져 맵 전체 풍경과 함께 보니 훨씬 멋있었다. 맵이 잘 보여서 천지, 군룡 트라이가 약간은 수월해진 것은 덤.

  공대 단위로 연습을 하다보니 클리어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며 다행히 다시 의욕이 생겼다. 다음 일정에는 진도를 더 많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연습을 못해오면 볼 수 있던 기믹도 못 보게 되니 더욱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생겼다. 그래서 공대 외의 시간에는 항상 공팟에서 연습을 했다. 절대적인 연습량 덕분이었는지 공대 일정 전날 공팟에서 예상치 못하게 첫 클리어를 했고, 다음 날 공대에서도 클리어를 했다.

 

첫 절 레이드를 끝낸 소감

  클리어 직후에는 너무 힘들어서 기뻐할 여력조차 없었다가, 우상을 들고 가서 검과 방패를 바꿔 들어 보니 그제야 좀 실감이 나면서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이전까지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PvE 컨텐츠는 재생 영식 4층이었는데, 절바하는 이와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절 난이도"라는 감각이 확실히 뇌리에 박히는 레이드였다. 처음 간 절이니만큼 많이 노력했다. 절바하 브금을 들으면 이 부분에는 어떤 기믹이 오는지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트라이 기간 동안에는 절바하만 생각했었다. (주변 사람이 말하길 내 눈이 바하무트 모양이랬던가) 이 정도로 노력을 했고,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운 좋게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클리어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대 첫 클리어 스샷. 완전체가 아닌 점은 아쉽다

 


 

절 알테마 웨폰 파괴작전(이하 절테마)

  나름 복습 차원에서 절바하 추가 1클까지 달성한 뒤, 곧바로 공략을 읽고 준비에 들어갔다. 시기상으로는 공대 클리어 후 다음 주의 주말.

민첩한 하루 보내세요

지겹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파란빛이 돌아 피곤하기도 한 첫 화면

  절테마의 포인트는 정확하고 민첩한 무빙이다. 여러 컨텐츠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템포의 기믹들이 몰아치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약간의 약간이라도 늦으면 인정사정없이 기믹에 휘말려 죽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다만 기믹 자체는 신생 토벌전에서 이미 보아 익숙했기 때문에, 템포에 익숙해진 뒤의 기믹 안정화는 어렵지 않았다.

  절바하 수문장이 넬이라면, 절테마 수문장은 타이탄의 돌감옥이라고 생각한다. 넬보다도 훨씬 빠르고 정확한 타이밍에 움직이지 않으면 추락해서 죽거나, 돌감옥이 안 터져서 각성이 안 되거나, 겹친 장판 위로 빠져나오다 죽거나, 여하간 터져버린다. 서브 탱커는 돌감옥 자리가 항상 고정이라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없어 다행이었지만, 다른 파티원 분들이 위치를 잘못 잡을 때마다 안타까웠다.

절테마는 여기서부터 진짜

  알테마 페이즈 이후로는 사실 양심에 찔릴 정도로 할 일이 없다. 탱버도 전부 천하무적으로 무시해버리니 정말 여유롭다. 폭격 파트의 유도 레이저 - 확산 레이저 핑퐁 정도만 신경 써주면 되는데 이마저도 파티 딜이 너무 낮지 않은 이상은 스킵되기까지 하니 너무나도 편했다. (2핑퐁 이상 넘어가 본 적이 매우 드물다 보니, 어쩌다 넘어가면 넉백 타이밍 못 재고 죽어버리는 점은 개인적으로 반성할 점) 폭격 초반부에 메인 탱커가 구슬을 처리하느라 약간 바쁜데 나중에 다시 가게 된다면 메인 탱커로 직접 트라이해보고 싶은 부분.

상상도 못 한 클리어 속도

  절 그거 몇 번 깔짝댔다고 내가 득의양양해진 것은 아닐까 그동안은 말을 아껴왔지만, 3절 레이드를 모두 클리어한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절테마 서브 탱커의 체감 난이도는 영식 수준 이하였다. 절바하는 파티 모집부터 고생도 그런 고생이 없었는데, 절테마는 일사천리로 4일 만에 클리어해버리니 절바하와 너무 비교가 되는 나머지 허탈감마저 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다른 파티에서 클리어한 지인들과 함께

  짧은 문단만큼이나 감흥이 적었고... 파밍을 설렁설렁 몇 번 다녀온 후 마무리를 지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클리어해서 얼떨떨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점은 굉장히 좋았다.


 

절 알렉산더 토벌전(이하 절렉)

  현생도 바빠지고 묘하게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트라이를 조금씩 미루다 어영부영 스타트를 끊었다. 현역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첫 하컨을 시작한 확장팩에서 PvE 컨텐츠를 완결하는 의미는 있었다.
공략은 한섭 공팟 국룰인 '세1211까영갓ㅁ'으로 진행했다.

전염사고 다발지역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절렉

  1릴 내내 살아있는 액체(이하 살액)를 넘어가지 못했다. 쫄 HP, 물줄기 유도 위치, 묵찌빠 실패, 균등화... 이유는 다양했다. 약 2분 간격으로 리트가 나면서 첫 페이즈부터 턱턱 막히니 흥미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흥미가 더 떨어져서 관두기 전에 어서 2 페이즈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약간은 의무감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플레이 모토와는 좀 맞지 않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스스로 규칙에 예외를 두었었다.

  2 페이즈는... 우선 차용했던 공략(까마귀) 특성상 전염 사고가 매우 잦아서, 뒤에서 펑펑 터지는 힐/딜러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긴장을 좀 해야 했던 게, 지뢰 2타에 꾸준히 들어오는 평타 대미지가 죽을 만큼 아팠다. 몇 번은 진짜 죽었다. 혹시 내가 생존기를 잘못 올리나 몇 번 체크도 해봤지만 눈을 씻고 봐도 관용을 쓰거나 살려달라고 비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파티 전체로 보았을 때 별로 좋은 짓은 아니지만, 항상 맵보다는 내 체력바에 더 눈이 갔던 구간이었다. 여담으로 2 페이즈를 트라이하던 시기에 하필 COVID-19에 확진되어 랜선으로 전염되기라도 했나 싶어 기분이 좀 묘했다.

2 페이즈에서 가장 아팠던 구간 두 곳


  3 페이즈는 방향 감각이 매우 부족한 나의 약점을 노리고 만든 기믹인가 싶었다. 기믹 별 공략법은 외워도 순간적으로 방향을 못 잡아서 안정화에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간정지 - 인셉션 - 웜홀 내내 화면을 빙글빙글 돌리며 어느 때는 맵 밖을, 또 어느 때는 지면 표식을 기준으로 움직이다 보면 위치를 안 헷갈릴 수가 없다고 항변... 을 하고 싶다. 나는 웜홀 안정화 단계에나 알게 되었지만 주사위/웜홀 시뮬레이터가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트라이할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웜홀 주사위는 평생 5, 6번만 걸리면 좋겠다. 인셉션 후 슈퍼 점프 유도를 위해 3시 구석으로 달려나가 맞는건 좀 재밌었다.

  4 페이즈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가장 짜증 나는 구간, 이해하면 가장 재미있는 구간이었다. 행동/정지 명령의 어이없는 판정에 리트라이를 내기 일쑤고, 갑자기 생겨난 분신들 때문에 맵이 바글바글해져 정신이 없다. 틀렸을 때 도저히 커버가 불가능한 개인 기믹 위주의 구성이 트라이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모두가 완벽하게 기믹을 성공했을 때의 쾌감도 가장 컸다.

절렉도 완료!

 

미래 개혁 완료

  절렉은 특정 롤(탱/딜/힐)에 국한되지 않고 전원에게 랜덤으로 돌아가는 기믹 위주로 배치되어있다. 공평하게 외울 것이 많아지지만, 그만큼 난이도도 적절하게 조절된 것 같아 3절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즐겼다. 무엇보다도 앞의 두 레이드에서 쓸 수 없었던 돌진과 무시전 성령을 쓰면서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다.

  '기공성 알렉산더' 이야기는 창천의 이슈가르드 시절의 레이드로부터 시작한다. 레이드 자체도 재밌었지만 스토리도 (비록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나) 인상 깊었는데, 클리어 후 알게 된 이야기와 관련하여 스토리에서 보았던 요소가 다시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여기까지 와서 또 사람을 울게 만들거야? 싶기도 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면 3 페이즈의 샤노아의 진심을 금색 진심으로 만들어 '에니그마 코덱스' 버프를 얻는 구간이다. 만약 이 버프가 없는 상태로 4 페이즈로 넘어가면, 알렉산더가 '미래 관측'을 캐스팅하는 동안 '미래', 즉 빛전과 알렉산더의 분신들이 쿵짝쿵짝 지지고 볶는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에니그마 코덱스 없이 4페 보기

  왜 기계 가득한 맵에 뜬금없이 말랑말랑한 하트가 나오는지, 에니그마 코덱스가 당최 뭔지...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기공성 알렉산더 스토리를 직접 보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스토리 관련하여 추천하고 싶은 포스트는 이쪽.

 

시간의 날개, 단 한 사람에게 맡겨진 미래

최소 파이널 판타지 XIV의 3.4까지의 스토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덧붙이는 설명을 위해 5.3까지의 메인 퀘스트 스토리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됩니다.기공성 알렉산더 레이드 연대기 퀘스트의

idea-utopia.postype.com

 


 

도장깨기를 마무리하며

긴장감의 정점에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영웅 레이드는 적어도 광역기라던가 가벼운 기믹부터 워밍업을 했다면, 절 레이드는 첫 10초 만에, 그리고 "언제든지" 단칼에 전멸을 내버리는 점이 역시 달랐다. 기믹을 처리해가면서 점점 고조되어가는 흥분과, 클리어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터트리며 느끼는 전율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난이도가 주는 절망감도 클리어했을 때의 짜릿함도, 그 무엇이든 극상을 찍는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뒷북

  새싹 때 처음 갔던 천동 일반 2층에서 어그로도 못 잡아서 지적 들으면서 벌벌 떨던 내가? 대리클 아니면 무기 구경도 못 할 것 같았던 내가?! 굉장히 높은 목표였는데, 이루고 나니 생각보다 별건 없구나 싶었다. 정말로 별게 없어서 실망했다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가자고 할 때마다 지레 겁을 먹고 극구 만류했었던 것이 계속 생각이 났다. 좀 더 일찍 갔으면 더 재미있었을까. 너무 뒷북이라 기쁘지 않은 걸까.

시간적 여유 / 멘탈 관리

  시간은 여러모로 많이 필요하다. 많을수록 좋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 결국 이긴다. 파티원을 모집하는 시간, 내가 기믹에 익숙해지는 시간, 파티원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시간, 매번 초읽기 돌리는 자잘한 시간, 페이즈 전환 중 연출 지나가는 시간, 필요하다면 트라이 중 재정비하는 시간까지도...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어가는 컨텐츠다. 공대에 들어가면 모집 시간은 확실히 절약되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이 항상 그렇듯 구성원에 따라 실질적인 효율도 달라지는 것이므로 공팟을 위주로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멘탈 관리 또한 어느 곳에서든 필요하지만, 전멸로 직결되는 기믹 특성상 더욱 주의가 필요했다. 글에서 내내 괴롭다, 어렵다, 힘들다 등의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 어휘력이 부족해 더 세밀하게 묘사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오죽하면 "절 레이드는 자해다"라는 말을 하고 다녔을 정도로 멘탈이 쉽게 휘청거리곤 했다. 내가 유독 약한 부분이라 여러 번 실패하는 바람에 실천 후기가 아닌 다짐이 되었지만,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또 틀리면 안 되니까 기억은 해야 됨) 곧바로 집중할 수 있는 절-멘탈을 닦아나가는 것 또한 절 트라이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나도 이제 <전설>?

  트라이를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니 나의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간혹 공팟에서 정말 잘하는 유저를 만나면 같은 절을 하는 사람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지 감탄까지 나왔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나니, 나는 못하지도 않지만 잘하지도 않는 애매한 실력이라 이 정도로는 어디 가서 <전설>이라 떠들어대기엔 좀 부끄럽다.

  하물며 내가 도장깨기를 시작한 시기는 시즌을 거듭하며 보편화된 공략, 전반적인 아이템 레벨 상향 평준화, 세기말 클자 헬퍼 다수 등 트라이 환경이 매우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사실상 어드밴티지를 받고 시작했으니 현역 클리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내 실력이, 상황이 어쨌든 간에 노력한 끝에 직접 클리어를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돈으로 사지 않은 떳떳한 반짝이 무기 최고.

쓸데는 없지만 해보고 싶었던 비교 (ST 나이트 기준)

  • 체감 난이도 : 절바하 > 절렉 >> 절테마
  • 재미 : 절렉 ≥ (취향 차이) 절바하 > 절테마
    • 전반적인 기믹 자체가 재미있는 것을 선호한다면 절렉
    • 탱버, 어그로 관리 등 탱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을 선호한다면 절바하
    • 피지컬 기믹을 선호한다면 절테마

 

무기와 칭호 (절바하 / 절테마 / 절렉)

 



  좀 더 재미있게 적고 싶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쓰게 되어 경험담은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짓는다. '칠흑의 반역자'는 메인 시나리오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플레이 경험 측면에서도 즐거운 일이 많았기에 FF14 플레이를 통틀어 가장 즐거웠던 황금기로 기억될 것 같다.

  끝으로, 천방지축 3절 도전기의 초~중반을 함께 해주셨던 T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동안 절에 가니 마니 하던 것이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한국식 인사치레처럼 들릴 것 같아 내심 신경이 쓰였는데, 진짜로 트라이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동받았다. 이렇게 된거 앞으로의 하컨까지 몽땅 책임져달라고 하고 싶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로 제법 점잖은 척 끝을 맺는다.

'Ga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0) 2024.01.14
2022  (0) 2023.08.16
~210721  (0) 2021.07.21
~210121  (0) 2021.01.24
Colors  (0) 2021.01.10